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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9일 월요일

박지성, 긱스, 루니의 포지션 체인징

요즘처럼 포백수비가 안정되고 수미의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는 상황에서, 메시처럼 특출나고도 특출난 선수가 개인기로 수비수 4~5명을 제치면 모를까, 상대팀의 수비벽을 허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수비에 치중하는 두 팀이 맞붙으면 전후반 내내 찬스가 몇번 나지 않는 지루한 경기가 나올 것을 쉽게 예상할 정도죠. 이 점에서 박지성, 루니, 긱스의 포지션 체인징이 주목받아야 할 이유입니다.
 
 세 선수는 서로의 위치 어디로 옮겨도 제 역할을 수행할 멀티능력을 지녔습니다. 상대팀의 압박이 거센 상황에서 쉐도우 스트라이커, 루니가 키핑에 주력하며 중미에 머물면, 박지성 혹은 긱스가 루니의 자리로 질주하고, 루니는 자신의 자리를 맡은 이의 빈 자리로 이동하거나 상황을 봐서 프리롤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세 선수가 수시로 포지션 체인징을 감행하고 윙백, 에브라가 순간적으로 공격에 가담하죠. 여기에서 상대팀의 수비벽이 허물어지게 됩니다.
 
 보통의 경우에, 수비라인이 형성되면 빈틈을 찾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포지션체인징을 해버리면 어떤 선수를 누가 맡을지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경기의 속도마저 빠르다면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되죠. 그런 가운데 공수에 걸쳐서 안정적이라면 대단한 팀이죠.
 
  맨유가 대단한 팀입니다. 상기한 세 선수가 호흡이 척척 맞아 떨어지며 포지션 체인징을 하며 상대수비라인을 찢어 버리거든요. 박지성과 루니의 수비가담이 좋아서 자신들 수비라인은 찢으면서 저들은 견고한 수비라인을 형성하기까지 하죠. 이거 미칠 노릇입니다. 특히 윙백이 제대로 미칩니다. 우치다의 공격가담이 현저히 적었던 이유는, 박지성이 깊숙히 수비에 가담해서 이제 좀 나가볼까 하면, 루니 또는 긱스가 빈 공간으로 질주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경우에 중앙수비수가 우치다의 수비범위로 커버들어가면, 어느 새 박지성 이나 긱스가 중앙수비수의 공간으로 들어가서 수비라인을 찢어 버립니다.  그래서 우치다의 활동범위는 좁았고, 반대측 윙백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문제였죠. 발렌시아의 매서운 질주에 혼쭐이 나서 수비가담하러 내려가기 바빴던 것이죠. 발렌시아를 이용한 공간패스가 유독 많았던 것은 세 선수의 포지션 체인징이 제대로 먹혔기 때문이었습니다.
 
 맨유가 경기의 주도권을 잡은 결정적인 이유가 세 선수의 포지션 체인징인 것을 이해하셨을 겁니다. 그런데 어떤 분이 이것을 전적으로 박지성의 공으로 돌려버리고 긱스와 캐릭을 저평가해버렸습니다. 이 점은 분명히 잘못됐습니다. 진정한 박지성의 팬이라면 그의 존재가치와 더불어 팀원의 존재가치도 동일한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합니다. 세 선수의 포지션 체인징이 대단한데, 이것은 세 선수의 호흡이 잘 맞고 어느 자리에 가더라도 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맨유 포백이 견고하고, 길목을 잘 차단하며 패스웍이 좋은 캐릭이 수비형 미드필드로 있기 때문인 것입니다. 물론 세 선수 중에서 박지성이 가장 궂은 일을 하기 때문에 그를 주목할 필요는 있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선수를 저평가해서 그의 존재가치를 높여버리면 부끄러운 짓입니다.
 
 박지성은 포지션체인징을 활발히 하는 가운데, 수비커버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세 선수의 포지션 체인징과 별도로 윙백, 에브라의 수비커버를 고려해서입니다. 그리고 긱스의 빈 자리를 박지성 선수가 주로 커버하는 식으로 설명하시던데, 루니도 박지성 만큼 긱스의 빈 자리를 메울 때가 많았습니다. 루니는 터프해서 일선에서 상대팀의 공격을 저지해서 두드러지지 않았을 뿐이죠.
 
 결론적으로 제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세 선수가 톱니바퀴처럼 원활하게 돌아가서 상당한 공격력을 보이면서도 견고하게 일차적인 수비역할을 했다는 점입니다. 긱스와 루니가 골을 넣고 박지성이 무위에 그쳤다고 해서, 긱스의 활약이 박지성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고 하는 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지적입니다. 박지성의 활약도 긱스의 결정력이 없었으면 헛심만 쓴 꼴이 되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세 선수 모두 잘했고 긱스가 결승골을 넣은 관계로, 그에게 먼저 박수를 보낸다 할지라도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한국 사람은 다 좋은데, 남을 씹어서 누구를 돋보이게 하는 점은 크게 잘못된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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